신선이 바꿔 준 색시 무엇인가?

하늘의 뜻으로 신부가 뒤바뀐 기막힌 사연

 

 

 

 

▶ 이조 말엽 황해도 장연군의 어느 고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부가 뒤바뀐 애절한 전설


[③ 신선이 바꿔 준 색시

■ 황해도(黃海道) 장연군(長淵郡)

때는 이조 말엽이었다.

황해도 장연
(長淵) 땅 어느 고을에서였다.

어느 날 저녁 무렵에 해서(海西)의 역참(驛站)인 태탄장 거리의 한 주막에 혼인행차가 당도하여 머물렀다.
교자를 따르는 사람도 몇 사람 안 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혼인행차였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또 다른 혼행이 장거리를 웅성거리며 이 곳에 도착했다.

이번 행차는 태탄 일대에 백마의 울음 소리가 진동하는 큰 행차였다. 후행들의 통영 갓만으로도 그들의 신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영사등롱(映紗燈籠)을 여러 개 세우고 동자가 앞 뒤에 서서 거리를 휩쓸며 소리치고 들어왔다.

『애라 쉬! 에라 쉬!』

하며, 소리높이 외치며 마치 사또가 행차하는 것 같았다.

『야 그 혼인이 요란하구나 뉘댁 혼행이냐?』

『아 저걸 모르세요. 장안 갑부 이진사댁 삼대 독자의 혼행이랍니다.』

조금 먼저 들어온 혼행을 본 사람들은 나중에 들어온 혼행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인연인지는 몰라도 두 혼행 행차는 같은 주막에 들게 되었다.
두 사람의 혼행들이 주막집에 함께 들게 되니 그를 따라온 손님들도 무려 수십 명인지라 대청에서 장국을 마시는 사람, 부엌에서 밥을 먹는 사람, 마당에서 떠드는 사람, 한 바탕 수선이 끝나자 어느덧 저녁이 지나 어두워졌다.
날이 어두워지자 두 집 혼행들은 한꺼번에 서둘러서 어여쁘게 단장한 신부를 가마에 싣고 북으로 남으로 서로 갈리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이 하는 일이란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법이다.
일남일녀가 부부로서 사는 것만은 빈부의 차를 떠나서 공평하고 자연스러워야할 것은 사실이나 그렇지가 못한 점이 많은 것이었다.
돈이 많은 집 자식은 열 살 열 한 살에도 과년한 처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가난한 집 자식은 수염이 나도록 늙은 총각으로 지내게 되는 것이며, 돈 많은 사람은 둘째첩 셋째첩까지를 얻어 사는가하면 한편에선 삼십 세 홀아비가 육십 노모의 손으로 짓는 음식을 먹고 사는 일도 있는 것이다.
지금 태탄 장터 주막집에서 잠깐 만났다 헤어진 두 개의 혼행도 그야말로 그 차가 많았던 것이다.
한편은 스물 여덟 살된 신부, 이 얼마나 기괴한 차이었는지......
도원방(桃源坊) 박씨네는 몹시 가난했다.

『아들 하나 있는 것을 나이 이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들이다니 남보기가 부끄러워서......』

하고, 말끝을 맺지 못하고 노모가 울먹이면

『조상의 제사도 없으면 지내지 못하는데 그저 가난한 게 죄지.』

하고, 아버지는 자기 집의 어려운 살림을 죄악으로 알고 모든 것을 단념하는 것이다.
그 슬하에서 삼용이는 스물 여덟 살이 되었다.
어느덧 쌀쌀한 바람에 우거진 녹음이 흩어지는 가을철이 찾아왔다.
농촌의 황금시절이다.
이 때에 천생연분인 삼용에게 혼담이 들어왔다.
청산방에 사는 김씨는 남의 농사를 지어 농사가 잘 되는 해에나 겨우 먹을 것을 얻어먹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올해 열 여섯 되는 딸 예쁜 복순이가 있었다.
김서방은 어려운 살림이라 할 수 없이 복순이를 시집보내기로 하였다.
복순이를 시집보내는 선돈으로 오백 냥이란 조건이 붙어 있었다.
삼용이는 그 예쁜 복순이에게로 장가를 들 게 되었다.
잔치가 끝나자 해는 서산을 넘어갔다.

『아이 어쩌면 열 여섯 먹은 색시가 저렇게 숙성해서 제법 열 아홉 나는 색시보다 점잖은데 삼용이는 복도 많구나.』

『정말이야, 이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가더니 저런 예쁜 색시가 올 줄이야. 누가 알았어?』

『모두가 제 복이 따로 있어.』

이와 같이 가족들도 잔치를 축복했다.
신부와 신랑은 새날을 꿈꾸는 한 자리에 들었다.
달콤한 꿈을 꾸며 자리에 든 신랑 신부는 생전을 같이 살 두 몸을 서로 부여잡고 말이 없다.
이 때 갑자기 문밖에서 주인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건넌방에서 자던 신랑의 아버지는 옷도 제대로 못입은 채 부산하게 뛰어 나갔다.
낙도면에 사는 오씨는 대대로 양반 자손으로 소년 때에 진사하여 해서에서는 손꼽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열두 살되는 개똥이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귀중한 아들이었다. 귀공자이니만치 일찍 장가를 들기로 했다. 이리하여 구혼한 것이 해주군 백은방에 사는 정씨의 무남독녀인 올해 열 여덟 살되는 규수였다.
이 공자와 규수의 혼인은 그야말로 유감없이 진행되었다.
잔치의 성황이 전기 송화김씨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었다.
갖은 풍악속에 혼인 잔치가 한 바탕 무르익은 뒤에 구경꾼들의 괴상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이 어쩌면 열 여덟 살이나 된 색시가 저렇게 작을까? 열 댓 살도 안 디뵈니......?』

『인물도 얌전하고 똑똑은 해보이는데......』

『아무리 작다고 해도 저렇게 작을 수야 어디 있나?』

이렇게 수근거리는 속에 그럭저럭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어떤 괴상한 공기가 차차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신부가 열 여덟 살 된다는데 엄청나게 어리므로 오진사 부부는 신부에게 성명을 물어보고 비로소 송화군 도원면 김씨집으로 출가하는 신부가 자기집으로 오는 신부가 서로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태탄 장거리 주막에서 혼잡한 통에 신부가 가마를 바꿔탄 것이었다.
전안의 예를 마치고 자기집 문앞에서 가마에 오를 때부터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신부는 자기의 일거일동을 남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에 딴 가마를 타고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은 결코 괴이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괴변이었다. 신방을 차릴 생각도 못하고 온 집안은 어찌하면 좋을까하고 탄식만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혼례가 끝났다 할지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사당 초례를 지내기 전이니 어서 빨리 가마를 대령하여 이집 신부를 모시고 송화군 도원방 김씨네 집으로 달려가서 연유를 고하고 신부와 신부를 바꿔오라.』

분부를 받은 하인들은 즉각 송화군 도원방으로 떠났다.
한편 밤중에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온 삼용이의 아버지 김씨는 뜻밖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밖에 난데없는 가마와 하인들이 우굴우굴 모여 있었다.
주인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하인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하는 말이

『소인은 장연군 낙도방의 오진사댁 하인이온데......』

이와 같이 자기를 소개하고 신부가 바뀐 전후 사정을 고하고 상전의 분부로 신부를 바꾸러 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드른 주인은 대경실핵하여 수족이 떨리고 어떻게 할 대책이 나서지 않았다.
저편은 해서의 권세있고 부자인 것을 생각하니 고의로 한 죄는 아니지만 황송하고 두렵기 한이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지라 달이는 방도가 없으니 한시바삐 신방에 든 그댁 신부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인은 마누라를 깨워 가지고 신방으로 들여보내서 신부에게 연유를 고하고 신부의 처분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신랑 신부는 어머니로부터 이 괴변을 알게 되었다.
신부의 황공무색! 신랑의 실망! 그것은 한 때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 비극이 오래 계속되기에는 밖에 등대한 하인배들의 독촉이 성화같았다.
이 분위기 속에 말 없이 앉아 있던 신부는 황망이 서두는 주인 부부보다도 실망을 하며 장탄식한느 신랑이 가엾게 보였다.

그녀의 머리에는 문득 떠오르는 무엇이 있었다.

『자! 어서 가마에 오르실 준비를 하십시오.』

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행장을 독촉하는 신랑의 어머니를 향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하는 것이다.

『일이 이에 미쳤다기로서니 어찌 저의 (신랑)을 뿌리치고 떠날 수가 있사오리이까? 이것도 연분으로 알고 남편으로 섬기려 하오니 오진사댁 하인을 돌려보내주소서.』

주인 부부는 자기의 집안이 가난하고 미천한 것과 오진사댁은 부자라는 것과 신부의 말이 천만부당하다고 했으나 신부는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신부의 고집이 이러한지라 신랑의 부모도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리는 하인배에게 이말을 전하자 하인배들은 그 말이 부당하다고 좀체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방에 있던 신부가 옷을 끌르고 문간까지 나와서 하인배들에게 호령을 하는 것이다.

『너희들의 부질없는 고집은 당치않은 일이다. 내가 안 가는 이상 너희 힘으로 어떻게 할 터이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어서 바삐 돌아가라.』

『황공한 분부시오나 저의들이 이대로 돌아거서 무슨 낯으로 진사마님을 대하겠나이까. 그저 저희들의 정경을 살피사 어서 가마에 오르시옵소서.』

<그것도 그럴 듯하다.>

신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후에 한 장의 편지를 가지고 나와서 하인배에게 내 주며

『그러면 이 편지를 가져가면 너희들의 책임은 면할 것이다. 이 편지를 가져다가 아무도 보이지 말고 신랑되는 새서방님에게 드리도록 해라.』

하고, 분부하는 것이다.
하인배들은 그 분부를 거역할 길이 없는지라 그 편지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가마속에 들어앉아 있는 어린 신부를 두고 갈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어려운 문제도 또한 신부의 말로 해결되었다.

『한 사람앞에 신부 둘이란 법이 없을 것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저 신부를 모시고 돌아가라. 모든 사정은 그 편지 속에 쓰여져 있으니 너희들은 조금도 근심할 것이 없다.』

하인들은 할 일없이 마당가에 놓았던 가마를 다시 둘러메고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어두운 길을 더듬거리며 돌아갔다.
날이 거의 밝아서야 하인배들은 오진사댁으로 돌아왔다.
분부대로 시행을 못한 하인들은 문앞에 가마를 내려놓고 제각기 전후 사연을 복명할 용기가 없어서 머리를 숙이고 섰다가 편지를 가진 하인만이 뒷문을 통해 신랑방으로 가서 사연의 대강을 고하고 편지를 내놓았다.

한폭의 백지에는 섬세한 글씨로

『하늘의 뜻이오.』


라고만 써 있을 뿐이었다.

열두 살 나는 신랑은 그것을 보고는 아무말도 없이 천장만을 쳐다보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온 집안은 다시 물끓듯 해졌다.
이제는 다른 도리가 없이 날이 새는 대로 신부를 해주 친정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와같이 복잡한 속에서 땅으로 들어가고 싶게 안타까운 것은 아무 철도 모르고 선돈 오백 냥에 팔리어서 시집이라고 온 예쁜 아가씨였다.
가마속에서 흐느겨 우는 아가씨의 애달픈 울음 소리가 온 집안 사람의 귀를 울리었다.

이 때 신랑은 잠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백발이 성성한 한 신선이 나타나서

『그대는 어찌 그대를 위해서 날아들어온 한 마리의 아름다운 봉황새 아가씨를 좇으려 하는가? 그 봉황새는 그대를 대성하게 할 상서로운 새이니라.』

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총각은 깜짝 놀아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자 총각의 방으로 어머니가 총총 걸음으로 들어왔다.

『얘야, 내가 꿈을 꾸었는데 꿈에 신선이 나타나서......』

어머니가 말하는 꿈도 신랑이 꾼 꿈과 꼭 같았다.
그러자 사랑방에서 오진사가 아들 방으로 들어왔다.
오진사도 잠시 전에 꿈을 꾸었는데 아들과 마누라가 꾼 꿈과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진사는

『신선이 내리신 복이로다.』

하고, 즉각 사당 초례를 올리고 며느리로 맞아들였다.

새 며느리는 과연 꿈과 같이 덕이 있고 슬기롭기 짝이 없었다.

오진사이 아들은 점점 성장하여 과거를 보자 장원급제를 했으며 벼슬이 날로 높아져 마침내는 영의정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신선이 바꿔 준 색시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

위 이야기를 통해서 그당시 혼례를 어떻게 치를 수 있었는지를 잘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신부가 뒤바껴도 잘 알아챌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돈없는 가난한 평민들은 돈으로 팔려다니는 신세가 처량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인신매매를 연상시키는 장면같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빈부 격차는 사람의 신분을 곧 잘 나누어 동떨어지게 만들어 놓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길거리 노숙자가 없는 진정한 행복과 복지가 마련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제 황해도 장연군 용정면의 4번째 전설인 <만석동의 용우물>로 가 보도록 하자.  

(글/ 초연구가 & 동아대 & 신라대 대체의학 외래교수 전동명)

참조: 만석동의 용우물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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